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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어린 시절, 제게 고향집은 세상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흙길을 따라 걷다 보면 늘 마당 앞에서 저를 맞아주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세월이 흘러 저는 도시로 나와 살게 되었고, 형제들도 각자의 삶을 꾸려 떠났지만, 어머니만은 그 고향집을 끝내 지키며 홀로 살아오셨습니다. > > 주변 사람들은 왜 굳이 오래된 집에서 혼자 지내시냐고 묻곤 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늘 “여기가 내가 뿌리내린 자리다. 이 집이 나를 키워주고, 내가 지켜야 할 집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비록 편리한 시설은 없었지만, 오래된 집의 기둥과 창문, 그리고 마당 한켠의 감나무까지 모두 어머니의 삶과 함께 숨 쉬고 있었습니다. > > 제가 명절마다 내려가면 어머니는 늘 따뜻하게 저를 맞이하셨습니다. 대문 앞에 서서 손을 흔드시며, “오느라고 고생했지?.”라고 웃어주시는 그 모습. 대문을 들어서는 순간 풍겨오는 된장찌개의 구수한 냄새는 도시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따뜻함이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시간이 멈춘 듯했고,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습니다. > > 고향집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습니다. 물이 새서 지붕은 여러 번 수리를 했고, 겨울에는 난방이 잘 안되어서 추위에 고생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농사일은 이미 손을 놓으셨지만, 직접 먹을 마당의 텃밭만큼은 당신 스스로 가꾸셨습니다. 고추, 상추, 깻잎 몇 줄기라도 심어두면 그것이 밥상의 반찬이 되었고, 작은 수확이 주는 기쁨이 어머니의 삶을 지탱했습니다. > >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어머니의 ‘작은 행복’이었습니다. 새벽녘에 들려오는 닭 울음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저녁에는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미스트 트로트를 보고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하셨습니다. 작은 화분에 꽃이 피면 그 앞에서 한참을 웃고 계셨고, 동네 아이들이 마당에서 뛰놀다 가면 기분 좋게 손을 흔들어주셨습니다. 사람들과의 소소한 인사가 어머니의 외로움을 달래주었던 것입니다. > > 어느 날 제가 “어머니, 힘들지 않으세요? 우리랑 같이 살아요.”라고 말씀드렸을 때, 어머니는 잠시 미소를 지으시며 고개를 저으셨습니다. “나는 여기가 더 편해. 텃밭도 가꾸면서 집안일도 하면서 하루종일 움직이는게 나한텐 더 좋아.” 그 말씀에 저는 쉽게 더 권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머니에게 고향집은 단순한 집이 아니라, 삶의 이유이자 존재의 증명이었던 것입니다. > > 시간이 흐르며 집은 점점 낡아갔습니다. 벽지는 바래고 마룻바닥도 삐걱거렸지만, 어머니의 마음은 오히려 단단해졌습니다. 마을 사람들도 “어머니 걱정하지마세요. 저희가 자주 찾아서 봐드릴께요.”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어머니의 존재 자체가 고향의 상징이자, 잊히지 않는 정겨움이었습니다. > > 제가 내려갈 때마다 어머니는 늘 같은 말을 하셨습니다. “돈 많이 벌려고 아둥바둥하지말고, 건강이 최고다. 그게 제일 큰 복이다.” 세상 어떤 명언보다 제 마음에 깊이 새겨진 말입니다. 도시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동안, 그 말씀이 제 삶의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 > 이제는 예전보다 자주 고향에 내려가려고 노력합니다. 어머니와 함께 마당에 앉아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여전히 작고 오래된 집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그 안에서 찾아낸 행복은 도시의 화려한 삶보다 훨씬 값지고 단단했습니다. > > 고향집을 지키며 홀로 살아온 어머니의 삶은 단순한 ‘버팀’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세월과 기억을 지키는 것이자, 가족의 뿌리를 이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보여주신 작은 행복의 힘은 저에게도 큰 가르침이 되었습니다. 언젠가 집은 무너질 수 있어도, 그 안에서 살아온 어머니의 이야기는 영원히 제 가슴 속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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